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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생각하는 것들

과거 일기들을 옮기다가 현재 나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언제 나의 삶을 마감할지 모르고,그 삶이 마감되었을 때 누군가는 이 기록을 찾아낼 것 같은 생각이다. 2주째 예배를 못 간 것-혹은 안 간 것-은 어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껴서이다. 단순하게 내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해야 할 것들이 쌓여있지만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랄까. 다섯번째 직장에서 이직 8개월차.쉽고 순탄하리라는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성장에 대한 갈망이 충족되지 않는다. 체계적인 훈련, 배움에 대한 갈망은 크나 그것을 일터가 채워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을 또 다시, 누구의 도움 없이 내가 스스로 뚫고 나가야 한다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부담되는 일이다. 영어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지만 못 하..

나의 플럭서스 2019.03.17

비공개의 마음들

2017년 10월 16일의 일기 오늘은 무슨 생각이 들었더라. 김하나 카피라이터의 을 지난번에 읽다가 육아일기를 써 온 엄마의 이야기에서 눈물이 쏙 빠져서, 이건 정말 다음에 다시 읽어야지, 하고 오늘 다시 그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아무것도 와닿지 않았다. 내 삶의 문제들이 나의 감성마저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3일째 위장병이 지속되었다. 먹은 것은 적었지만 소화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다시 스트레스다. 위가 부어오르고, 가스가 차고,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이 불편해진다. 고3이었던 2004년 한 해 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그 녀석은 여전히 내 삶에 주기적으로 간섭한다. 적당한 긴장은 삶을 지속하도록 돕는다. 긴장이 없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의 플럭서스 2019.03.17

가족

2017년 10월 17일의 일기 1. 나의 아빠는 착하다. 착하다, 는 것은 단순히 내게 잘해준다는 그 의미 이상이다. 대부분의 아빠는 자녀에게 잘 해주기 때문이다. 아빠는 불의한 회장과 그의 회사가 계속 있어 달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향후 십여년 간 여러 회사를 전전했고, 노동을 하지 않고 보낸 해도 여러 해였다. 아빠가 불의를 선택하지 않았다. 오늘 듣기로 그 불의한 회장은 여전히 불의를 저지르며 살고 있다고 했다. 수천억의 자산을 여러 사람의 명의로 돌려놓아 탈세를 저지르고, 운영하던 회사를 일부러 부도내고 하청업체들이 받아 마땅한 돈을 합법적으로 주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회사를 만들고, 다시 부도내고, 또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빠는 가장 이해할 수 ..

나의 플럭서스 2019.03.17

연희동을 걷다가

2017년 11월 9일의 일기 씁쓸한 연희동, 오늘 연희동으로 이사온 지 10일째. 전입신고는 어제 해 두었고, 오늘은 출근 전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주민센터로 향했다. 주민센터는 왜 이렇게 멀까. 하긴 메인 연희동 거리가 아니니 멀 수밖에. 걷고, 버스를 타고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계약서에 보증금이 안 나와있는데요?" "여기요. 나와 있어요." "아 38만원이요? 월세도 38만원이고 보증금도 38만원. 이 금액에 대해서 확정일자 받으시는 거에요?" 순간 아차, 싶었다. 2천만원도 아니고 7천만원도 아니고 38만원에 확정일자 받으러 온 내 모습이라니. 게다가 순간 계약서 뒷면을 봤는데 집주인이 89년생이었네. 몰랐다. 방심했을 때 치이면 더 아프다. "계약기간이 계약서에 명시가 안 되어 있어서, 블라블..

나의 플럭서스 2019.03.17

울다 걷다 웃다

​ 엄마를 병원에 혼자 두고 오는 게 내심 걸렸다. 병원문을 나서는데 비는 아직도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자 나얼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서자 눈물이 왈칵 나와버렸다. 직장에서는 딱딱함으로 일관하는 어떤 이의 폭력 앞에 서러웠다. 티나게 친목질하는 그들의 행태도 가히 절레절레. 쏭에게만 기도해달라는 말을 하고, 생각해보니, 최근에 누구에게서 안부인사를 건네받은 적이 있었나 싶었다. 울컥했다 다시. 나는 모두에게서 멀어지고 있구나. 사라지는 연습을 벌써 시작했구나. 감히 축하받을 일도, 주목받을 것도 없는 삶이다. 오랜만에 전 직장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히려 퇴사하고 더 마음을 터놓게 된 케이스랄까. 고마웠다. 친구 중에 가장 좋은 회사,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나의 플럭서스 2018.04.05

Easter

마가복음 16장 5 무덤에 들어가서 흰 옷을 입은 한 청년이 우편에 앉은 것을 보고 놀라매6 청년이 이르되 놀라지 말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예수를 찾는구나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보라 그를 두었던 곳이니라7 가서 그의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르기를 예수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전에 너희에게 말씀하신 대로 너희가 거기서 뵈오리라 하는지라 갈릴리. 원래의 삶. 예수와 제자들 모두에게 고향이었던 곳.내가 거하는 삶의 현장이 부활의 현장이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1. 외국에서 살기2. 외국에서 공부하기3. 외국에서 일하기 궁극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3번.외국에서 일하기이다. 그럼 당연히 2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외국에서 공부하기를? 그러다 문득 2번을 하지 않..

나의 플럭서스 2018.04.01

꿈꾸던 삶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

고등학교 때 내가 꿈꾸던 삶은 20대에는 열심히 해서, 30대에는 자리를 잡아야지, 였던 것 같다. 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어딜 가나 주목받기 쉬웠다. 대학교는 성공이라기보다는 실패에 가까웠다. 나는 술을 마실 줄 몰랐고, 예쁘지 않았고, 그렇다고 선교단체에서 활동하기에는 조심스러웠다. 학점은 잘 땄지만,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말에 엠티를 가니 어느 동아리도, 학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교회 새신자반 오빠는 교회에서 아는 인연들만 해도 엄청날 거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다.사실 20대의 모든 인연은 교회였다.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 그 인연들은 거의 다 잊혀진 사람들이 되었다. 나는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 많이 공부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나의 플럭서스 2018.03.31

friday morning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다른 노래도 아니고 스폰서를 듣다가 울었다. 누가 들으면 진짜 우스울 만큼 이상한 일이다. 갑자기 그런 내 상황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나보다. 원하는 것이 저 멀리에 있는데 그 쪽으로 가는 방향은 알지만 그 쪽으로 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그 쪽에 무엇이 있고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는 것들도 있고 앞으로 궁금한 것들도 많은데나는 이 곳에 그냥 고여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이 있지만 갈 수 없는 것 때문에.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가도 되는 것인지, 떠나야 하는 것인지 복잡해서. 원하는 것을 찾아서 이 곳 저 곳 떠돌아다니기만 하는데남들은 정착도 잘하고 일도 잘 찾고 공부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불쌍해져서 진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줄기 흐르는 것이..

나의 플럭서스 2015.09.04

쇼미더머니4가 끝났다. MINO가 우승하지 않아 고맙다.

내가 가장 절망 속에 있을 때 구원해 준 사람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그가 그랬다. 아무리 나에게 상처를 주고 그랬어도 내가 그를 지금도 늘 아껴줘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 그 때문이다. 다시 송민호 얘기로 돌아와서. 송민호도 나한테는 그렇다. 왠 연예인한테 감성팔이냐구? 진짜 힘든 시기에 윈 보면서 힘을 얻었고 그건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1. 해외에 있을 때 처음으로 WIN에 대해 들었다. 한창 슈스케 빠져있을 때였는데 다들 윈을 보라로 했다. 뭣도 모르고 다운받아 왔는데 1회에서 4회까지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인턴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나름의 레임덕이 있었는데 진짜 20대 초반의 얘네들은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뭐하고 있나 싶어서 엄청 울면서 봤다. 그리고 지디영배..

나의 플럭서스 2015.08.29

2015.08.03

어제부터 여러가지 생각이 마음을 흔든다. #1 교회 공동체에서 더 이상 나는 배울 자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을 가르치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이 공동체를 해치는 자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별 것 아닌 상황들 속에서 분노하며 감정적으로 말해버리고, 나이 어린 사람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왜 조금 더 부드럽게, 왜 웃으면서 하지를 못하는지 고민이 더 깊어져 간다. 완벽한 공동체를 찾으려는 것이 아닌데, 내가 떠난다고 말을 했을 때 누구 하나 내 감정과 내 신앙을 이해해줄까 싶다. 결국 혼자 결정했다고 또 그 때처럼 나는 behind left가 될 것 같다. #2 출근하는 것도 힘겹고, 교회, 사무실, 집 어디도 내 머리 두고 쉴 곳이 없다. 마음 편한 곳이 없고 어디에서든 떠날 생각만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플럭서스 201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