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플럭서스

쇼미더머니4가 끝났다. MINO가 우승하지 않아 고맙다.

히예 2015. 8. 29. 01:27

내가 가장 절망 속에 있을 때 구원해 준 사람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그가 그랬다. 아무리 나에게 상처를 주고 그랬어도 내가 그를 지금도 늘 아껴줘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 그 때문이다.

다시 송민호 얘기로 돌아와서. 송민호도 나한테는 그렇다. 왠 연예인한테 감성팔이냐구? 진짜 힘든 시기에 윈 보면서 힘을 얻었고 그건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1.
해외에 있을 때 처음으로 WIN에 대해 들었다.
한창 슈스케 빠져있을 때였는데 다들 윈을 보라로 했다. 뭣도 모르고 다운받아 왔는데 1회에서 4회까지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인턴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나름의 레임덕이 있었는데 진짜 20대 초반의 얘네들은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뭐하고 있나 싶어서 엄청 울면서 봤다.
그리고 지디영배를 반반 닮은 송민호가 좋아졌다. 처음에 리더 자리에 있을 때는 한없는 부담감에 짓눌리다가 강승으로 바뀌고 나서는 오히려 누구보다 써포트해주는 느낌이었다.
윈 마지막 방송은 한국에서 볼 수 있어서 더 감사하고 와닿았다. 진심으로 에이팀을 응원했고 그들은 위너가 되었다.

#2.
와지 팸콘때 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위너 단콘이 생기면 꼭 가려고 했는데 일본에서만 단콘을 계속하는 와지 땜에 약간 빡. 여러 차례 브랜드 이벤트들로 애들을 돌리고... 그리고 명동롯데에서 했던 행사를 안갔던건 지금도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다...
무튼 그리고 인천 팬싸때 관중석에서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좋드라 진짜ㅠ 앞에서 보면 기절했을 거야ㅠ

#3.
위너가 각종 구설수에 올랐었다. 강전이니 열도 발언이니 하는 것들 - 그러거나 말거나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있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딨어? 라는 식은 아니었다. 그냥 위너니까 용서가 되는 그런.

#4.
송민호가 교회 다녀서 더 좋았던 것도 있다. 앨범 땡스투도 그렇고, 이번 쇼미 때는 진짜 가사에도 계속 넣고 옷도 입고 또 타투까지 - 개인적으로 위하여-는 가사도 퍼포먼스도 그렇게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지만.
논란이 되었던 여성비하발언 가사도 솔직히 그냥 넘어갈 수도 있던 부분이 왜곡 확산된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가장 힘들었겠지. 토닥토닥.

#5.
오늘 바비와의 만남이 압권이었다. 정말 무리한 스케줄들. 바비 때랑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윈 때도 봤지만 바비보다 민호 딕션이 굉장히 좋고, 바비는 민호가 너무 잘해서 싫었다고도 했었다. 걔 세 정도의 곡을 생각하면 송민호는 누가 봐도 잘 한다. 송민호가 일리네어랑 같이 했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ㅠ 무튼 짠하다 짠해 정말 ... 제주도에 중국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1도 가늠이 안 된다.
게다가 이상한 검은콩 때문에 대체 한 회당 몇 번이나 송민호 이름이 언급되야 했던 건지.

그래서 우승하지 않아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엠넷 입장에서도 감수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지만-논란 많은 우승자 컨셉은- 민호 입장에서도 깔끔하게 정말로 좋은 무대, 즐거운 무대를 해줬다는 인정을 받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이번 쇼미4 최애곡은 리스펙트! 우승보다 더 중요한 자기 자신에 대한 리스펙트를 얻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겁 무대는 정말 겁나겁나겁나겁나 좋아서 보는 내내 또 엄청 울었다. 윈 때부터 모든 게 스쳐 지나가는... 늘 주변 사람들 재밌게 해주려고 애쓰던 그런 모습들만 보다가 너무 진지하고 힘든 모습 오랜만에 보니까 더 안타까워서...



#6.
생각거지에 송모지리 그치만 얼레리꼴레리 같은 노래 디어마이와이프 같은 믹테를 만드는 신기한 사람이다. 오래오래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또 오래오래 그 깝도 보고싶다. 너무 많은 상처를 받지 않았기를. 그리고 영원히 위너라는 것도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