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플럭서스

울다 걷다 웃다

히예 2018. 4. 5. 22:59



엄마를 병원에 혼자 두고 오는 게 내심 걸렸다. 병원문을 나서는데 비는 아직도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자 나얼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서자 눈물이 왈칵 나와버렸다.

직장에서는 딱딱함으로 일관하는 어떤 이의 폭력 앞에 서러웠다. 티나게 친목질하는 그들의 행태도 가히 절레절레. 쏭에게만 기도해달라는 말을 하고, 생각해보니, 최근에 누구에게서 안부인사를 건네받은 적이 있었나 싶었다. 울컥했다 다시.

나는 모두에게서 멀어지고 있구나.
사라지는 연습을 벌써 시작했구나.
감히 축하받을 일도, 주목받을 것도 없는 삶이다.

오랜만에 전 직장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히려 퇴사하고 더 마음을 터놓게 된 케이스랄까. 고마웠다.

친구 중에 가장 좋은 회사,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능력도 있고 여행도 다니고 그림을 그리는 손재주도 좋아 내가 늘 부러워한다. 친구에게 부럽다, 고 말을 했을 때 나도 너 부러워, 라고 말해주는 거 솔직히 너무 고마웠다. 배우 김혜수가 후배들에게 해주는 말들과 같이 그런 온도의 따뜻함이었다.

여러 서운함들이 나의 하루를 감쌌다.
나는 충분히 서러운 하루를 살았다.
그래도 침대에 눕는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
삶의 방향이 조금은 깊어지고 틀어지는 그 과정들.

화려하지 않아도 나만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