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플럭서스

꿈꾸던 삶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

히예 2018. 3. 31. 21:15

고등학교 때 내가 꿈꾸던 삶은 20대에는 열심히 해서, 30대에는 자리를 잡아야지, 였던 것 같다. 

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어딜 가나 주목받기 쉬웠다. 


대학교는 성공이라기보다는 실패에 가까웠다. 

나는 술을 마실 줄 몰랐고, 예쁘지 않았고, 그렇다고 선교단체에서 활동하기에는 조심스러웠다. 

학점은 잘 땄지만,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말에 엠티를 가니 어느 동아리도, 학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교회 새신자반 오빠는 교회에서 아는 인연들만 해도 엄청날 거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20대의 모든 인연은 교회였다.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 그 인연들은 거의 다 잊혀진 사람들이 되었다. 


나는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 많이 공부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33살의 내가 인생의 실패를 인정하자니 서글프기도 하지만 맞다. 나는 실패한 인생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없다. 


결혼도 연애도 실패했고, 

외모로도 뛰어나지 않고, 

커리어로도 자리잡지 못했고,

좋은 집안도 타고나질 못했다. 


내 방에는 서울 원룸에서 살다 가져온 짐들이 한스럽게 쌓여있을 뿐이다. 

치워버리고 싶어도 치워버리지 못하는 짐 같은 것들이 가득 얹어져 있다. 

어느 곳에도 자리잡지 못한 나처럼.


나는 많은 사람에게 집중과 사랑을 받으며

커리어로 성공해 후배나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고 싶었고 

이 모든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부터 실패했는지 돌이켜보니 그 시점을 정확히 가늠할 수조차 없다.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외모가 별로였던 탓도 있겠고, 

미숙한 성격 탓도 있겠고, 하고 싶은 것만 선택하며 살아서 그런 것도 있고,

한번 싫으면 그 사람이 계속 싫은 성격 탓도 있겠다.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다. 


사람에게는 등 돌린 바 되어도 하나님께만 인정을 받았더라도 내 인생은 실패하지 않았을텐데, 

나는 지금 하나님도 멀리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결정하고 선택해야만 한다. 어떤 삶을 살아낼 것인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삶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저 묵묵히 이 길을 가되, 뛰어나게도 화려하게도 아닌 차분함으로 걸어가야 할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건 좀 서글플 일일테지만, 

보여줄 사람도 없는 삶을 구태여 -하는 척 하는 것은 더 슬픈 일이니 말이다. 


일단 퇴사 후에 조금 쉬고 싶은데, 왜 하필 나는 7월에 퇴사하는 것이더냐. 

극성수기 퇴사로 외국은 갈 수 없겠구나. 


부디 조용히, 조용히, 살아보자.